
남원 불법 공사 (행정 배임, 압수수색, 하천 점용)
솔직히 저는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또 지방 공사 비리 아닌가" 하고 가볍게 넘길 뻔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파고들수록 단순한 비리 사건이 아니라 행정 신뢰 전체를 건드리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남원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이 사건은 이제 단순한 감사 결과 수준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하천 점용허가 없이 교량을 놓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하천 점용허가 없이 진출입 교량 공사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하천 점용허가란, 하천구역 내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토지를 사용하려면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 반드시 사전에 받아야 하는 법적 허가입니다. 쉽게 말해 하천은 국유지에 준하는 공공재이므로, 다리 하나를 놓더라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남원시는 이 허가 없이 공사를 강행했고, 행정안전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합동 감사에서 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남원시는 불법 농어촌민박과 야영장까지 묵인·방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관 경고 조치를 내리고 공무원 6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으며,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의심되는 공무원 3명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주목한 건 숫자입니다. 3명 고발이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지방 행정 사건에서 형사 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정부가 이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이 촉발한 수사 본격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특정 지자체의 공사를 직접 거론하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대통령은 요천 불법 공사 문제를 언급하며 자신이 지적한 이후에도 공사가 계속됐다는 점을 강하게 질타했고, 단순 징계가 아닌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명시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제가 관련 발언을 직접 들어봤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말하고 흐지부지하면 영이 안 선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이는 행정 지시의 이행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입니다. 실제로 계곡 불법 시설 전수 조사에서는 위성사진과 AI 기술까지 동원해 전국 단위 스크리닝을 실시한 결과, 기존 880여 건에서 33,000건 이상의 불법 시설이 새로 확인됐습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업무상 배임(業務上 背任)이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자신의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공무원이 공공사업을 진행하면서 법적 절차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특정 사업자를 이롭게 한 정황이 있다면 이 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단순 행정 실수와는 차원이 다른 혐의입니다.
압수수색이 드러낸 것들: 예산 집행과 인허가 절차 누락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남원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관련 부서의 내부 자료와 예산 집행 내역, 공사 추진 경위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의 핵심은 인허가 절차 누락이 의도적이었는지, 그리고 예산이 적정하게 집행됐는지 여부입니다.
인허가 절차 누락이란 법령이 요구하는 사전 승인·허가 과정을 생략하거나 건너뛰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행정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특정 민박 운영자의 진출입 편의를 위해 교량을 불법으로 설치했다는 정황이 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불법 교량이 불법 민박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는 공무원이 사인(私人)의 이익을 위해 공적 자원을 남용한 셈이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들여다볼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천 점용허가 미취득 상태에서 공사를 발주한 결재 라인 및 의사결정 과정
- 교량 공사 예산의 적정 집행 여부 및 수의계약 여부
- 불법 농어촌민박·야영장 방치 기간과 담당 공무원의 인지 시점
- 상급기관 감사 지적 이후에도 공사가 지속된 경위
공공감사법에 따르면 감사 결과에 따른 시정 조치 불이행은 추가 제재 사유가 됩니다. 정부 합동 감사에서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공사가 계속됐다는 점은 이 사건을 단순 절차 위반이 아닌 조직적 무시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번 수사가 남기는 것: 경고 효과와 행정 공백 사이
저는 이번 사건이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속 강화가 제도 개선 없이 처벌 중심으로만 흐를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수사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와 리스크를 함께 보면:
- 긍정적 효과: 전국 지자체에 불법 공사·방치 행정에 대한 강한 경각심을 줄 수 있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 처벌 가능성은 징계에 비해 훨씬 강력한 억제력을 가집니다.
- 잠재적 리스크: 지방 공무원들이 행정 결정 자체를 기피하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복지부동이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으려는 공직 사회의 소극 행정을 뜻합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관련 부서의 업무 공백이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행정 서비스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벌 강화와 함께 제도적 허점을 동시에 보완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정부가 계곡 불법 시설에 대해 철거 일변도가 아닌 "협조적인 곳은 정비를 지원한다"는 방향을 언급한 것은 그나마 균형 잡힌 접근이라고 봅니다.
이번 남원시청 압수수색은 단순히 남원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 지자체가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고, 경찰 수사의 결과와 처벌 수위가 향후 지방 행정의 태도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행정 신뢰란 결국 "말한 것이 실제로 이행된다"는 반복된 경험에서 쌓이는 것입니다. 이번 수사가 그 신뢰를 복원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지역 행정이 萎縮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저는 끝까지 추적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