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중국이 동중국해와 황해의 하늘을 40일간 사실상 막아버렸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3일짜리 노탐(NOTAM)으로 끝날 일이 왜 갑자기 13배나 길어졌는지, 저도 처음엔 단순 군사 훈련이겠거니 넘겼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40일간의 침묵이 말해주는 것: 회색지대전략과 A2/AD
노탐(NOTAM)이란 Notice to Air Missions의 약자로, 해당 공역이 위험하니 사전에 당국과 협의하라는 항공 경보를 의미합니다. 군사 훈련이나 미사일 시험 때 통상적으로 발령되는데, 기간이 길어야 며칠 수준이었습니다. PLA 트래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8개월간 같은 해안선에서 유사한 노탐을 최소 네 차례 발령했고, 그때마다 기간은 3일을 넘지 않았습니다. 이번 40일은 그 선례를 완전히 깨버린 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단순한 훈련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중국이 이번에 실전 테스트한 건 A2/AD 전략입니다. A2/AD란 Anti-Access/Area Denial, 즉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뜻합니다. 유사시 적국의 군사력이 특정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개념인데, 미국 해군 전쟁대학의 크리스토퍼 샤먼 소장은 이번 공역 설정이 대만 분쟁 시나리오에서 미군 증원 전력을 차단하는 기동 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U.S. Naval War College).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대만으로 향하는 항로가 바로 이 동중국해를 통과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연습이 아니라 실전 준비에 가깝습니다.
더 소름 돋는 건 타이밍입니다. 미국이 이란 공습으로 중동에 군사력을 쏟아붓는 사이, 중국은 자기 앞마당에서 영향력을 조용히 확인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중국 해양 활동을 추적하는 레이 파월 박사는 "중국은 설명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제가 보기엔 이게 핵심입니다. 설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도 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거든요.
이번 봉쇄를 둘러싼 지정학적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의 중동 집중으로 인한 동아시아 전력 공백
- 트럼프 방중 일정 5월 14일로 연기, 그 공백기를 활용한 압박
- 대만 국민당 주리룬 주석의 베이징 방문(4월 7~12일)과의 시간적 겹침
- 회색지대전략 기반의 실전형 A2/AD 훈련 완성
외교와 군사에서 우연의 일치란 없습니다. 이 네 가지가 한 시기에 맞물린 건 계산된 수순으로 읽힙니다.
우리 지갑과 연결되는 이유: 공급망 리스크와 차이나 리스크 프리미엄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공역 봉쇄 구역 바로 아래에 상하이항(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1위)과 닝보저우산항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이건 지갑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항이 세계 3위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 하늘길 아래로 우리 일상과 직결된 물류 대부분이 지나가는 셈입니다.
차이나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리스크 프리미엄이란 불확실성이 높은 지역에 투자하거나 거래할 때 투자자나 기업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 또는 추가 비용을 의미합니다. 이번 봉쇄처럼 예고 없이 항로가 막힐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보험료를 올리고, 재고 비축 비용을 늘리고, 대체 항로 확보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됩니다. 삼성전자 메모리 칩이 대만 TSMC에서 패키징 되고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가 이 동중국해를 통과한다는 걸 생각하면, 스마트폰 가격, 노트북 가격, 자동차 가격이 연동되어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
제가 보기에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1회성 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시적 압박'의 시작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이번 40일 봉쇄는 성공적인 회색지대전략이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상대를 압박하고, 실질적 통제력을 과시한 겁니다. "괜찮네, 또 해볼까"라는 판단이 서면 다음엔 60일, 100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VIX(변동성 지수)만큼이나 동중국해의 노탐 현황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봅니다. VIX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산출하는 지수로, 향후 30일간 S&P500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이른바 '공포 지수'입니다. 예전 같으면 지정학 뉴스는 그냥 흘려 넘겼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투자든 사업이든 이 리스크를 비용으로 계산해 넣어야 합니다.
결국 중국의 이번 40일 봉쇄가 말해주는 건 하나입니다. "동중국해의 주인은 우리다"라는 선언을 아무 설명 없이 행동으로 보여준 것. 1회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성공한 전략을 반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5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이 카드를 어떻게 받아치는지가 앞으로 동북아 질서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결과를 지켜보면서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는 대로 계속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