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번 사건은 처음 접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AI 딥페이크가 유튜브 홍보 영상이나 연예인 패러디에나 쓰인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선거 캠프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데 조직적으로 활용됐다는 폭로가 나온 겁니다. 더 놀라운 건 도청 공무원까지 여기에 엮여 있다는 정황이었습니다. 단순한 캠프 일탈이 아니라 공권력이 선거에 개입한 사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꼭 짚어둬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선거법 위반: 딥페이크 금지 규정이 생긴 이유
일반적으로 딥페이크 기술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기술 자체보다 활용 맥락이 핵심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그 맥락 자체가 명백히 불법이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 8에 따르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을 선거 운동 목적으로 제작·편집·유포·게시하는 행위는 전면 금지됩니다. 여기서 딥페이크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음성을 합성·조작한 영상물을 의미하며, 실제 발언이나 행동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사실 왜곡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법 조항을 찾아봤는데, 이 규정이 신설된 배경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과거에는 단순 편집 영상이나 합성 이미지 수준이었지만,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발전으로 일반인도 손쉽게 고품질 딥페이크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규제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여기서 생성형 AI란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AI 모델을 뜻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 기술의 악용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관련 지침을 강화해 왔습니다(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번 사건에서 박완수 후보 캠프에 영입된 영화감독 출신 제작자는 자신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영상을 곧바로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캠프 차원에서 전담 인력까지 두고 이 작업을 지속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어떤 조직이든 "몰랐다"는 해명이 통하려면 단발성이어야 합니다. 전담 인력을 두고 지속 운영했다면 그건 몰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의 선거법 위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선거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 영상 제작·유포 전면 금지
- 캠프 공식 채널이 아닌 개인 채널로 위장해 게시한 정황
- 내부 폭로자가 직접 선관위에 자수하면서 조사 개시
공무원 개입: 지방공무원법 위반과 가중 처벌
이 부분이 제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는 대목입니다. 캠프 차원의 불법과 공무원 개입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내가 저 좀 만들라 칸 거 있지?" "그래, 영상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라는 발언이 담겨 있습니다. 경남도청 현직 공무원이 딥페이크 영상 제작을 지시하고,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수정까지 지시했다는 주장입니다. 제가 직접 이 녹취를 들었을 때 느낀 건, "불법을 지시한 적 없다"는 해명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 지였습니다. 직접적으로 "불법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업무 지시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실제 현장에서 불법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별도로 엄중히 다룹니다. 지방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의 정치 운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처벌에 더해 별도의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중 처벌이란 기본 처벌 조항보다 형량이 높아지거나 추가 제재가 병과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단순 선거법 위반으로 처리되지 않고 공무원 신분에 따른 별도 처벌이 겹친다는 뜻입니다.
선관위는 현재 폭로자 진술과 제출 자료를 토대로 캠프 관계자를 소환해 본격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선거 기간에는 경찰 수사가 제한적이지만, 선거 종료 직후에는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도 높은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며, 수사기관은 선거 직후 집중 수사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출처: 법제처).
법적 리스크: 선거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이유
저는 이번 사건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장기적 리스크로 남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선거가 끝나면 선거 운동 관련 논란도 자연스럽게 정리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공직선거법 위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 무효(election nullification) 조항은 선거와 관련된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당선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당선 무효란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범죄 사실이 인정되면 당선 효력 자체가 박탈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과거 선거에서 캠프 관계자의 불법 행위가 후보 본인에게까지 연결되어 당선 무효 판결로 이어진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공직선거법 관련 판례들을 찾아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사건은 대부분 선거가 끝난 뒤 1~2년 이내에 1심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사, 기소, 재판이라는 긴 법적 과정이 이어지는 동안 정치인의 활동이 사실상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선이 됐다고 끝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AI 딥페이크 기술 자체의 관점에서도 이번 사건은 부정적인 선례를 남깁니다. 생성형 AI가 허위·비방 도구로 낙인찍히면 합법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 활용 분야에도 규제 압박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사건을 계기로 AI 콘텐츠 진위 검증(fact verification) 기술이나 딥페이크 탐지 설루션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딥페이크 탐지란 AI가 생성한 합성 영상을 원본과 구별해 내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선거 스캔들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AI 기술이 어디까지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지,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는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선관위 조사 결과와 선거 이후 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