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는 국제질서 (호르무즈, 유럽독자체제, 주식투자)
미국이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으면 주식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일반적으로 미국이 흔들리면 전 세계가 동반 하락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최근 상황을 보며 그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를 계기로 유럽이 미국 없는 독자 체제를 구체화하고 있고, 이 변화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드러낸 미국 고립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안전 통행 국제 화상 회의에서 미국은 참석 명단에 없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외교적 마찰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이건 단순한 갈등이 아니었습니다.
유럽은 이란의 동의를 얻어 해상 운송을 정상화하고, 기뢰 제거와 선박 호위 등 모든 임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유럽 외교관들은 유럽 함정이 미국의 지휘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못 박았고, 중국까지 이 흐름에 합세하면서 미국의 고립 구도는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란 국가 간 정치·군사적 갈등이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으로 자금이 몰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 사태는 결이 다릅니다. 리스크의 진원지가 미국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이 연합군 지휘 체계에서 유럽인 비중을 늘리고 핵심 군 자산을 유럽산으로 전면 교체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출처: Wall Street Journal). 미국 없는 나토(NATO)라는 구상이 단순한 말에서 실질적인 로드맵으로 전환되고 있는 셈입니다. 나토(NATO)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약자로,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32개국이 참여하는 집단 안보 동맹입니다. 이 체제의 축이 바뀐다는 것은 전후 70년 국제 안보 질서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유럽 독자체제가 만드는 주식 시장의 새 판도
저는 이 흐름을 보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점검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유럽 방산주가 이렇게 빠르게 구조적 수혜 종목으로 부상할 줄은 몰랐거든요.
유럽 독자 방위 체제 강화로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곳은 프랑스의 탈레스(Thales)와 독일의 라인메탈(Rheinmetall) 같은 방산 기업입니다. 탈레스는 전자전·감시 시스템 분야의 유럽 대표 방산 기업이고, 라인메탈은 전차와 탄약 분야에서 독일 재무장의 최대 수혜주로 꼽힙니다. 제가 직접 유럽 ETF 흐름을 추적해 봤는데, 방산 섹터의 자금 유입 속도가 2023년 이후 눈에 띄게 가팔라졌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지속되면 유가상승 압력도 피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유가상승이 정유·화학·철강주에 미치는 영향을 디커플링(Decoupling)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커플링이란 원래 연동되던 두 시장이나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미국 기술주가 흔들리는 동안 유럽 에너지주와 한국의 정유·방산주가 독립적으로 강세를 보인다면, 이것이 전형적인 디커플링 국면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변화가 보일 수 있는 종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유럽 독자 체제 강화와 국내 방산 수출 확대 기대감으로 단기 수혜 가능성
- POSCO홀딩스: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시 철강 원가 전가 효과로 수익성 개선 여지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중심 반도체·AI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단기 조정 리스크 존재
물론 이 전망이 확정적인 건 아닙니다. 지정학적 변수는 예측이 어렵고, 시장은 종종 논리보다 먼저 움직이기도 하니까요.
이스라엘·트럼프 리스크가 동맹을 흔드는 방식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균열이 보입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문제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고, 민간인 57명이 숨지고 1,200명 넘게 다쳤습니다. 이탈리아는 이스라엘과의 방위 협정 중단을 선언했고, 유럽 시민 106만 명 이상이 EU와 이스라엘의 협력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에 서명했습니다(출처: European Citizens' Initiative).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을 "급진 좌파"로 낙인찍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와의 관계도 급격히 냉각됐습니다. 우파 동맹으로 견고하다고 알려진 트럼프-멜로니 연대까지 균열이 가고 있다는 점이 저는 가장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이 안보 자율성(Strategic Autonomy)입니다. 안보 자율성이란 외부 강대국의 지원이나 허가 없이 독자적으로 군사·외교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EU는 오래전부터 이 개념을 논의해 왔지만, 구체적인 추진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행보와 이스라엘 문제가 겹치면서, 유럽의 안보 자율성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성격이 바뀌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변화는 한두 분기의 주가 흐름이 아니라 5~10년 단위의 산업 재편으로 이어집니다.
외환 시장에서도 달러 인덱스(DXY) 하락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DXY)란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약해질수록 달러 수요도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이는 유럽·아시아 자산으로의 글로벌 자금 이동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중동 전쟁의 여파가 아닙니다. 미국 중심의 금융·안보 질서가 실질적으로 흔들리는 전환점으로 봐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방산주와 에너지·원자재 섹터의 강세, 달러 약세, 그리고 기술주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안보 자율성 강화가 만들어낼 산업 구조 변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환율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는 국면인 만큼, 섹터 분산과 안전자산 병행을 병행하는 전략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