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2주 휴전 (스태그플레이션, 대리전, 비용 인플레이션)
솔직히 말씀드리면, 휴전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잠깐 안도했습니다. 코스피가 6% 오르고 유가가 한 자릿수씩 빠지는 걸 보면서 이제 좀 숨통이 트이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숫자를 하나하나 뜯어보니 오히려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왜 하필 2주인지, 그리고 그 2주 뒤에 우리 장바구니가 어떻게 될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2주라는 숫자에 숨겨진 군사적 계산
저는 처음에 파키스탄이 중재에 성공했고 양측이 협상 의지가 있으니 2주 정도면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해석에는 구멍이 있습니다. 진짜 평화를 원한다면 협상 기간으로 한 달, 두 달을 잡는 게 맞습니다. 반대로 항복을 요구한다면 72시간이면 충분하죠. 딱 14일은 두 성격 다 아닙니다.
미국이 보유한 항공모함 전단(Carrier Strike Group)을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항공모함 전단이란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이지스 구축함, 핵잠수함, 보급함 등 10여 척이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해군 기동 부대를 말합니다. 단순히 큰 배 한 척이 아니라, 사실상 바다 위를 떠다니는 공군 기지이자 독립적인 전쟁 플랫폼입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 기지에서 페르시아만까지 거리는 약 12,000km로, 전속력으로 이동하면 최소 10일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도착 후 연료 보충, 무장 재배치, 작전 정찰까지 포함하면 완전 전투태세를 갖추는 데 정확히 2주가 필요합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 봤는데,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미국이 이미 제럴드 포드함을 수에즈 운하 인근에 전진 배치한 상태에서 추가 전단을 불러 모으는 시간과 이 14일이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즉, 이 휴전은 평화를 위한 양보가 아니라 압도적 화력을 세팅하기 위한 물리적 준비 시간일 가능성이 큽니다.
동시에 이란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란은 해협 개방의 대가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공식화했습니다. 국제법상 자연 해협은 무해통항권(Right of Innocent Passage)이 보장됩니다. 무해통항권이란 모든 국가의 선박이 연안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란은 이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인데, 실제로 봉쇄 기간 중 중국 국적 컨테이너선이 통행료를 내고 통과했고, 정체를 숨긴 유조선 한 척은 1회 통과에 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8억 원을 지불했습니다.
2주의 판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항공모함 추가 전단 기동 및 작전 태세 완성
-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체계 구축 및 우호국·비우호국 차등 적용
- 이스라엘: 휴전 합의 대상에서 제외, 레바논 남부 공습 지속
- 한국: 유조선 7척 포함 관련 선박 26척이 해협 통과를 서두르는 상황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무력 개방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제 사회가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사실상 묵인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출처: 유엔 안보리). 프랑스 대통령마저 군사적 개방은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으니, 이란이 쥔 열쇠를 당장 빼앗아 올 수단이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밥상머리를 향한 비용 인플레이션의 경로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유가 몇 원 오르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란 원자재나 물류비용이 올라 기업의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이 부담이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인플레이션을 말합니다. 수요가 늘어서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공급 비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뛰는 방식입니다. 경기는 나쁜데 물가는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위험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봤는데,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전쟁 보험료는 전쟁 전 대비 최대 12배 수준까지 뛰어 있습니다. 해상 운임은 우회 경로인 희망봉 루트를 이용할 경우 최대 80%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 비용은 선사가 단독으로 떠안지 않습니다. 원유 정제 비용, 나프타(Naphtha) 가격, 그리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순서대로 얹힙니다.
나프타란 원유를 증류할 때 얻어지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거의 모든 석유화학 제품의 출발 물질입니다. 우리나라는 나프타 수입의 77%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원유 의존도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면 식품 포장재, 페트병, 쓰레기봉투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로 전쟁이 격화된 시점에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이 벌어졌는데, 처음에는 이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 원유 의존도는 OECD 37개국 중 1위로, GDP 1만 달러 생산에 5.63배럴의 원유가 소비됩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2위 칠레(4.73배럴), 중국(3.19배럴)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이 수치가 뜻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유가가 10% 오를 때 다른 나라는 버틸 수 있는 충격을 우리는 훨씬 크게 맞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시나리오 3, 즉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질질 끌기'가 지속되는 방향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단순히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통행료 징수가 국제 사회에서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표준으로 굳어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군사 위협을 유지하면서도 전면전의 경제적 부담을 피하려 할 것이고, 이란은 전쟁을 피하면서 해협이라는 수익 창구를 지키려 할 겁니다. 한마디로 총성은 잦아들더라도 전쟁의 비용은 물류망을 타고 계속 우리 쪽으로 흘러옵니다.
결국 이번 2주 휴전이 진짜로 끝나는 날,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든 '일시적 고유가'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주유소 앱 즐겨찾기를 해두고 매일 체크하고 있는데, 솔직히 기름값 내려갈 때 미리 가득 채우는 것 외에 개인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게 답답합니다. 그래도 지금 이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릅니다. 물가가 오르기 시작할 때, 그게 멀리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비용 인플레이션의 파장임을 알고 있다면 최소한 허둥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경제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