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중동 뉴스를 오랫동안 그냥 흘려보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기름값 좀 비싸지겠구나, 그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2019년 아브카이크 공격 이후 제 포트폴리오가 단 하루 만에 흔들리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이 문제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우디-이란 갈등이 단순한 종교 분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자산과 물가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제 시각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대리전(Proxy War)이 만드는 경제적 파급력
제가 이 문제를 처음 진지하게 들여다봤을 때, 이란의 전략이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점에서 좀 당황했습니다. 직접 군대를 맞부딪히는 게 아니라 후티, 헤즈볼라 같은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를 활용하는 방식이거든요. 여기서 비국가 행위자란 국가가 아닌 무장 조직이나 민병대처럼,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를 대신해 움직이는 세력을 의미합니다. 드론 한 대가 몇 천 달러도 안 되는데 수조 원짜리 유조선을 위협하는 구조, 군사적으로는 '비대칭 전력'이라고 부릅니다. 비대칭 전력이란 훨씬 적은 비용으로 상대에게 불균형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는 전술을 뜻합니다. 이 방식이 무서운 이유는 전면전보다 훨씬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9월 아브카이크 시설 공격이 딱 그 사례였습니다. 하루 570만 배럴의 생산량이 한 번에 사라졌고, 유가는 20%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걸 전면전으로 달성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드론과 순항 미사일로는 몇 시간 만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그날 뉴스를 보면서 "이건 전쟁이 아닌데 왜 이렇게 충격이 크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바로 비대칭 전략의 핵심이었던 겁니다.
예멘 전쟁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사우디 남쪽 바브 엘만 데브 해협은 전 세계 무역량의 약 10%가 통과하는 요충지입니다. 홍해 항로가 불안정해지면 운임 지수(SCFI, 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가 폭등합니다. SCFI란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오르면 전 세계 수입 물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최근 후티의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서 유럽 노선 운임이 크게 뛰었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녹아들었습니다(출처: 국제통화기금(IMF)).
사우디 입장에서는 이게 단순한 안보 문제가 아닙니다. 비전 2030은 석유 의존 경제를 탈피해 관광, 기술, 제조업으로 전환하려는 대규모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데, 그 전제 조건이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무역로입니다. 후티가 홍해를 위협할 때마다 네옴시티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될 외국 자본이 망설이게 됩니다. 저는 네옴시티 수주 동향을 지정학 온도계처럼 보고 있는데,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시장이 중동 리스크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하는지가 보이거든요.
지정학적 인플레이션(Geopolitical Inflation)과 자본의 이동 방향
"중동 불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저는 한동안 그게 유가상승 정도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서 깨달은 건, 그 파급 경로가 생각보다 훨씬 길고 다양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지정학적 인플레이션이란 전쟁이나 분쟁, 공급망 위기처럼 지정학적 사건이 직접적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단순히 유가만 오르는 게 아니라, 운임 비용 → 수입 물가 → 소비자 물가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납니다. 미국 국채 금리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이는 기술주처럼 미래 현금흐름 할인이 중요한 자산에는 직격탄이 됩니다. 제 경험상 중동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성장주 포지션이 흔들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은 어디로 향할까요. 저는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정유주에 수급이 몰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셰일 가스,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섹터로 자본이 이동합니다. "중동 없이도 굴러가는 구조"를 만드는 데 돈이 들어가는 거죠.
- 금(Gold)과 달러(USD)는 전통적인 안전 자산으로 수요가 올라갑니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Digital Gold)으로서의 역할을 시험받게 될 것입니다. 국가 간 송금 제한 가능성에 대비한 헤지(Hedge) 수단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 드론 방어 시스템(C-UAS, Counter-Unmanned Aerial System)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 거대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이 큽니다. C-UAS란 드론 위협을 탐지·교란·격추하는 방어 체계 전반을 의미하며, 아브카이크 공격 이후 이 분야에 대한 군사적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핵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5년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고, 나탄즈와 보르도의 원심분리기 상당수가 파괴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란이 이미 시설을 분산·강화해 두었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가 제거된 건 아닙니다. 60% 농축 우라늄 120kg 이상을 여전히 보유 중이라는 보고도 있었는데, 이 수치가 무기급인 90%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생각하면 협상 테이블 밖에서의 긴장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이 "이란이 핵을 가지면 사우디도 따라간다"는 말을 반복하는 건 그냥 수사가 아닌 거죠.
2023년 중국 중재로 이루어진 사우디-이란 외교 정상화는 분명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악수가 진짜인지 전략적 숨 고르기인지를 놓고 당시 꽤 고민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핵심 쟁점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예멘도 민병대 네트워크도 그대로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정상화를 중동 안정의 신호로 봤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양측이 잠시 숨을 고르는 국면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2026년 현재 긴장이 다시 날카로워지는 흐름이 그 판단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측정하는 지수들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EIA(미국 에너지정보청)).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솔직히 아무도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느린 소모전이 계속되는 시나리오, 오판 하나가 확전으로 번지는 시나리오, 이란 내부 균열로 인한 권력 공백 시나리오, 세 갈래 모두 어느 정도의 현실성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 중 이란의 비대칭 전략이 지속되는 저강도 분쟁의 고착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지만, 이란 내부 경제 압박(인플레이션 40% 이상, 높은 청년 실업률)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동 불안을 그냥 먼 나라 이야기로 보기에는, 이미 우리 마트 진열대 가격 안에 그 비용이 조용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에너지 ETF나 실물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일부를 분산해 두는 것이 지정학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최종 판단은 항상 본인의 상황에 맞게 신중히 내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