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말, 정말 맞을까요? 응급의료법 개정 소식을 접하면서 솔직히 처음엔 "또 법 바꾸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니 이건 단순한 조문 수정이 아니라, 실제 응급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이송·전원 체계 전반을 손보는 작업이었습니다. 거기다 2026년 하반기 경제 성장 전략까지 겹쳐 보니, 지금 정부가 어떤 판을 짜고 있는지 윤곽이 잡히더군요.
응급의료법 개정, 이송·전원 체계가 왜 핵심인가
혹시 응급 환자가 실려 갔는데 해당 병원이 처치 불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다 시간을 허비한 사례, 주변에서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닙니다만, 지인의 부모님이 야간에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사이에서 이리저리 이송되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이번 응급의료법 개정의 핵심은 이송·전원 체계 정비입니다. 이송·전원 체계란 응급 환자가 최초 이송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처치가 불가능할 때 더 높은 수준의 병원으로 안전하게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시범 사업으로 운영 중이던 이 체계를 법적으로 정비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지정 기준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권역응급의료센터란 광역 단위의 중증 응급 환자를 최종 처치할 수 있는 최상위 응급 의료 거점 기관을 말합니다. 전국에 40여 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이번 개정으로 명칭과 지정 기준이 함께 손질될 예정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투자 관점에서 이 개정이 어떤 기회를 만드는 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분석해 보면 크게 네 가지 분야가 부각됩니다.
- 응급 이송 관리 플랫폼 및 환자 상태 실시간 전송 시스템 등 의료 IT 인프라
- 권역·지역 센터 지정 기준 강화에 따른 의료 장비 교체 및 시설 투자
- 구급대원·의료진 대상 전문 교육·훈련 프로그램
-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지역 응급 인프라 구축 사업
장점은 분명합니다. 국민 안전망이 강화되면 사회적 신뢰도가 올라가고, 불필요한 중복 이송이 줄면 의료 자원 최적화도 가능합니다. 다만 솔직히 단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히 크고,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새 기준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잉 입법 문제, 행정이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을 던져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전부 법으로 만들려 할까요?
제 경험상 이건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 심리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행령이나 업무 지침으로 추진했다가 나중에 감사나 수사를 받게 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법이 없으면 안 한다"는 강박이 조직 문화 깊숙이 박혀버린 겁니다. 시행령(施行令)이란 국회가 만든 법률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발령하는 명령으로, 엄연히 법령 체계의 일부입니다.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시행령만으로도 충분히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제가 보기에 지금 정부 부처들은 모든 제도 개선을 입법 과제로 분류해 국회에 넘겨놓고 대기하는 패턴이 굳어졌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수천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법 개정으로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안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행정입법(行政立法)의 원래 취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입법이란 의회가 아닌 행정부가 시행령, 부령, 조례 등의 형식으로 스스로 규범을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행정부가 능동적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이 권한을 쓰지 않고 모든 것을 국회에 미루는 건, 사실 행정부 스스로 역할을 포기하는 셈입니다.
적극 행정(積極行政)이란 공직자가 법령의 허용 범위 안에서 국민 편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잘못 나서면 직권남용"이라는 두려움이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26 하반기 경제 성장 전략, 잠재성장률 반등이 진짜 숙제다
경제 이야기를 꺼내면서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1분기 성장률이 OECD 최상위권이라는 소식, 그냥 좋은 뉴스로 흘려들으셨나요? 저는 이 수치 뒤에 있는 구조적 위험을 먼저 봤습니다.
잠재성장률(潛在成長率)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경제의 체력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인구 감소, 생산성 정체 등의 요인으로 꾸준히 하락해 왔다는 점입니다. 2026년 상반기 실질 성장률이 좋게 나왔다 해도, 이 잠재성장률의 우하향 곡선을 뒤집지 못하면 결국 다시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2026년 하반기 경제 성장 전략은 이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AI 대전환과 초격차 기술 확보,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지방 중심 성장 동력 구축, 양극화 해소와 연금·노동 구조 개혁이 핵심 축입니다. 명목 GDP 성장률이 10%에 근접한다는 전망은 세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압력도 함께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이 전략에서 특히 눈여겨보는 건 지방 성장 정책입니다. 수출 호조가 반도체 등 특정 품목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 없이는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방 투자 인센티브나 인재 양성 정책이 실제 단기 성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솔직히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공급망 안정화란 원자재·에너지·부품 등 생산에 필요한 투입물이 안정적으로 조달될 수 있도록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부분의 전략적 정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OECD가 2026년 한국의 경제 회복 탄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배경에도 이런 빠른 정책 대응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출처: OECD).
응급의료법 개정과 경제 성장 전략, 얼핏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저는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두 과제 모두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과잉 입법의 늪에 빠져 국회 통과를 기다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패턴, 응급 의료에서도, 경제 정책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행정이 허용된 권한을 적극적으로 쓰고, 시행령과 지침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서류 위에만 머물게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