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경제성장전략 (AI 대전환, 코리아 프리미엄, 잠재성장률)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경제 청사진이 '호재'인데, 왜 지금 당장 주식을 사면 안 될까요?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저도 반사적으로 매수 버튼에 손이 갔습니다. AI, 초혁신경제, 코리아 프리미엄까지 — 방향성 자체는 정석입니다. 그런데 자료를 뜯어볼수록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AI 대전환, 말은 맞는데 언제 돈이 될까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내놓은 건 스스로 현재 상황이 쉽지 않다고 시인한 것입니다. 내년도 1.8%에 그칩니다. 이 추세를 뒤집겠다며 제시한 카드가 바로 AI 대전환입니다. 기업·공공·국민·기반조성 4개 분야에 걸쳐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서 AX(AI 전환)란 기존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효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공장에 AI를 붙이고 세무서에 AI를 붙이고 병원 신약 심사에도 AI를 붙이는 것입니다. 2030년까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 장 이상 확보하고, AI 데이터센터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 함께 나왔습니다. GPU란 원래 그래픽 연산에 쓰이던 반도체인데, AI 학습에 필수적인 병렬 연산 성능이 뛰어나 지금은 AI 인프라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가 직접 AI 관련 산업 데이터를 추적해 보면서 느낀 건, 이런 프로젝트가 실제 기업 이익으로 환류되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판을 깔아도 기업이 그걸 먹고 실적을 낼 때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지금 코스피가 이 미래 가치를 이미 앞당겨 반영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위험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초혁신경제 30대 프로젝트, 진짜 주목할 곳은 어디인가
정부는 AI 대전환 15대 프로젝트와 별개로,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SiC 전력반도체, 초전도체, 그래핀, SMR(소형모듈원자로), HVDC(초고압직류송전), K-바이오 등이 대상입니다.
여기서 SMR이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출력 규모를 대폭 줄인 소형 원자로로, 건설 기간이 짧고 부지 선정이 유연해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기술입니다. HVDC는 장거리 전력 송전 시 손실을 최소화하는 직류 방식의 송전 기술을 뜻합니다. 해상풍력단지처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전원에서 전력을 끌어올 때 특히 효율적입니다.
이 프로젝트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한다고 했습니다. 민간자금 50조 원 이상에 정부보증 기반 기금채 발행과 산업은행 출연으로 나머지 50조 원을 채운다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규모의 정책 펀드가 실제로 집행될 때는 항상 '선택과 집중'이 일어납니다. 100조 원이 30개 프로젝트에 고르게 흩뿌려지는 게 아니라, 실제 수혜는 특정 분야에 집중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산업이 진짜 자금을 받는지를 추적하는 게 투자 판단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초혁신경제 30대 프로젝트 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주시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습니다.
- SiC 전력반도체: 전기차·태양광 인버터의 핵심 부품으로, 국산화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영역
- SMR·그린수소: 탄소중립 흐름과 맞물려 장기 정책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섹터
- K-바이오·의약품: AI 신약 심사 단축 정책과 맞물려 허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분야
- 해상풍력·HVDC: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수반되어 관련 밸류체인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
코리아 프리미엄,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오는 길은 험하다
정부가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코리아 프리미엄 전략은 방향성 자체는 옳습니다.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적용 확대 — 이 세 가지는 코스피 저평가의 구조적 원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처방입니다.
여기서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 방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유도하는 자율 규범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주주답게 목소리를 내라"는 원칙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면 경영진이 소액주주 이익을 무시하기 어려워지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제가 걱정하는 건 수급 구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현재 코스피의 단기 상승을 이끈 자금 중 상당 부분이 금융투자 계정의 초단기 자금과 외국인 선물 포지션에 기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코리아 프리미엄' 발표가 나오면, 뒤늦게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에게 외국인과 기관이 물량을 넘기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정책 뉴스가 오히려 '고점 매도 명분'이 되는 역설입니다.
올해 성장률 0.9%라는 수치는 기획재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입니다(출처: 기획재정부). 이 수치 자체가 단기적으로 증시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간과하면 안 됩니다.
5극 3 특과 균형성장, 지방 투자 기회는 어디서 나올까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저평가받고 있다고 느낀 부분이 5극 3 특 지역 균형발전 정책입니다. 수도권 1극 체제에서 벗어나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서남권(광주·전북·전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대전·충청), 강원·제주권으로 나눠 권역별 특화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입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법인세·소득세 감면 확대,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확대, 일몰 기간 2028년 연장이 패키지로 묶입니다. 여기에 메가특구 도입도 예고됐습니다. 메가특구란 기존 개별 특구보다 훨씬 넓은 대규모 지역 단위에 규제 특례를 일괄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입지·세제·규제 삼박자가 한 번에 해결되는 셈입니다.
소상공인 지원책도 구체적으로 담겼습니다. AI 상권분석·경영진단 정보 제공, 가계대출 한도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확대, 정책자금 금리 1% 포인트 인하 등입니다. 키오스크·테이블오더 관련 중도해지 위약금 불공정약관 시정도 눈에 띕니다. 제가 주변 자영업자들에게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불만이 바로 이 위약금 문제였는데, 이번에 직접 건드린 건 현장 감각이 반영된 정책이라고 봅니다.
지역 균형발전특별회계의 규모 확대와 사업별 보조에서 포괄보조 방식으로의 전환도 주목할 만합니다. 포괄보조란 사업별로 용도를 정해 내려보내던 보조금을 지방이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지역 특성에 맞는 투자가 가능해지지만, 실제로 지방 재정 역량이 이를 받쳐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정리하면, 이번 경제성장전략의 방향은 옳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코스피가 이 모든 미래 가치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면, 조급하게 올라타는 것보다 수급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AI·초혁신경제 핵심 수혜주를 선별하는 접근이 더 현명해 보입니다. "잠시 소나기는 피하되, 우산은 버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잘 맞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48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