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기차면 무조건 팔린다"는 공식이 아직 유효할 거라고 막연히 믿었던 것이죠. 그런데 BYD의 판매량이 한 달 새 반토막 났다는 수치를 보고 나서야, 이 시장이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내수 포화: BYD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치킨 게임
BYD의 2025년 1월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약 21만 대였습니다. 직전 달인 12월에 42만 대를 팔았으니, 한 달 만에 50%가 증발한 셈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0% 넘게 빠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수치를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성장 둔화의 신호로 읽고 있습니다.
제가 이 흐름을 지켜보면서 주목했던 건 판매량 자체보다 그 배경이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적용하던 구매세 면세 혜택을 사실상 종료했다는 점이 직접적인 타격이었습니다. 여기서 구매세 면제란, 중국이 전기차 보급을 위해 10% 부과되는 자동차 구매세를 전액 면해주던 정책을 의미합니다. 이 혜택이 없어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입니다. 현재는 감면율이 50%로 줄었고, 2027년에는 완전히 폐지될 예정입니다.
더 심각한 건 공급 과잉 문제입니다. 워싱턴 앤 리드 대학의 마이크 스미트카 교수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생산 능력의 약 40%가 유휴 상태라고 합니다. 여기서 유휴 상태란 공장이 가동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실제로 돌아가지 않는 비효율 구간을 뜻합니다. 공장이 절반은 놀고 있는데 신모델은 계속 쏟아지는 구조, 이 안에서 가격 인하 경쟁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은 약 400종으로,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지금 직면한 핵심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조금 축소로 인한 소비자 구매 심리 위축
- 400종이 넘는 모델이 경쟁하는 과포화 시장 구조
- 생산 능력의 40%가 놀고 있는 구조적 과잉 공급
- BYD 주가가 고점 대비 40% 하락하는 등 투자 심리 냉각
보호무역: 해외로 눈 돌렸더니 벽이 더 높았다
내수가 막히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아니 정확히는 이 흐름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해외 시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유럽이 먼저 벽을 세웠습니다.
EU는 2024년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관세란 수입 물품에 국가가 부과하는 세금으로, 관세율이 높아질수록 수입 제품의 판매 가격이 올라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중국 전기차의 최대 무기가 가격 경쟁력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조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EU는 여기에 더해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를 제외한 주요 부품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현지화 요건 초안까지 마련했습니다.
한국 시장도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2021년 1% 수준이었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4년 만에 세 대 중 한 대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빠른 속도입니다. 그런데 BYD는 지난해 하반기 20만 대가 넘는 대규모 리콜을 발표했고, 국내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급속 충전이 원활하지 않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습니다.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소비자 신뢰 문제도 함께 따라오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 흐름이 단순한 무역 마찰을 넘어선다고 봅니다. 지금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를 얼마나 싸게 만드느냐보다, 공급망의 투명성과 지정학적 관계가 판매량을 결정하는 변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에너지 패권: 유가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가 움직인다
중국 전기차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S-Oil이라니, 뜬금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두 가지가 사실 같은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했고, S-Oil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8.7% 뛰어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에 왜 좋은지, 처음엔 저도 헷갈렸습니다. 핵심은 정제 마진입니다. 정제 마진이란 원유를 사서 가솔린, 경유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 팔 때 남는 차익을 의미합니다. 유가가 오르는 구간에서는 미리 확보해 둔 원유의 장부 가치가 올라가고, 제품 판매 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마진이 두꺼워집니다. S-Oil은 전체 매출의 80%가 정유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유가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 중 하나입니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1달러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66달러대로 오르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향후 3개월 안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72달러까지 열려 있다고 보고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국면에서 방산과 정유주가 동시에 움직이는 패턴은 꽤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AI와 데이터 센터의 폭증입니다.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보다 에너지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른 국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는 2026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석유와 가스가 에너지 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결국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장면입니다. 전기차 시장은 고속 성장 이후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고 있고, 석유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새로운 연료로 계속 타오르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뜨면 석유는 진다"는 단순한 공식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한쪽에 올인하기보다는, 두 시장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차분히 지켜보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