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케빈 워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트럼프가 낙점한 정치적 인물이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재산 내역과 과거 행적을 조금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연준 의장 후보를 볼 때는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먼저 봐야 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케빈 워시, 말보다 행적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연준 의장 후보가 청문회에서 매파적 발언을 하면 시장은 금리 인상 우려로 반응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케빈 워시를 살펴보면서 느낀 건, 그 공식이 이 사람한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케빈 워시는 비상장 주식을 상당히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비상장 주식이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공개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주식을 의미합니다. 공시 의무도 없고 가격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쿠팡처럼 나중에 상장이 되면 그때서야 가치가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증권가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비상장 주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패턴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정보를 모으는 데 아주 열심이고,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케빈 워시의 발언을 15년 치 데이터로 분석한 이코노미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그는 공화당 대통령 재임 시에는 극단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지지)로, 민주당 대통령 재임 시에는 극단적 매파(통화 긴축 지지)로 돌변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이걸 보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 부니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겠구나 하고요.
트럼드민이 뭔지 몰랐는데, 알고 나니 케빈 워시가 보였습니다
케빈 워시가 청문회에서 절사 평균 물가를 꺼내 들었을 때, 저도 처음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개념을 파악하고 나니 오히려 이 사람의 의도가 더 선명하게 읽혔습니다.
절사 평균 물가, 영어로는 트림드 민(Trimmed Mean)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트럼드민이란 특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품목과 가장 많이 떨어진 품목을 양 끝에서 제거한 뒤, 중간에 남은 품목들만으로 평균 물가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체조 심판 점수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빼고 평균 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달라스 연준이 오래전부터 연구해 온 지표로, 기저 인플레이션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출처: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이 트럼드민이 작년 4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미국의 고용 지표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눈에는 이게 수요 위축의 신호로 읽힙니다. 공식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올라가고 있지만, 트럼드민이 내려가고 있다는 건 극단적으로 오른 일부 품목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이지, 기저의 물가 압력이 확대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케빈 워시가 이 지표를 들고 나온 건 결론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근거를 찾은 것이지만, 그 근거 자체는 한 번쯤 진지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2분기에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트림드 민 추이: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제로 줄어들고 있는지 확인
- 3호 크레디트 환매: 5월 중순부터 환매가 시작되며 6월 말까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
통화정책과 연준 업무 영역은 다른 문제입니다
케빈 워시를 매파로 보는 시각이 생기는 이유를 저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를 구분하고 나서야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그 사람이 매파처럼 들릴 때는 통화정책 얘기가 아니라 연준의 업무 영역 얘기를 할 때입니다.
케빈 워시가 비판적인 것은 QE(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 그리고 연준이 본연의 역할을 넘어 장기채 매입이나 ESG 관련 정책에까지 개입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QE란 중앙은행이 국채나 자산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으로, 기준금리 이외의 수단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입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시장에 공표해 장기 금리에 영향을 주려는 소통 방식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건, 연준도 이미 QE를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이 된다고 해서 QE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단기 자금 시장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연준은 원하지 않더라도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부분은 케빈 워시의 철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분명히 존재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을 그대로 정책으로 치환하는 건 위험합니다. 제 경험상, 중앙은행 발언에서 "철학"과 "실제 가능한 행동"을 분리하지 않으면 시장 해석에서 크게 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 어디에 투자 기회가 있는가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주식도 나빠진다고 알고 있지만, 제 경험상 지금 시장은 그 공식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물 경기가 약해야 통화정책 완화의 명분이 생기고, 그 유동성이 특정 자산군으로 흘러드는 구조입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일반적으로 수혜를 받는 자산군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성장주(AI, 반도체, 클라우드): 할인율 하락으로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높아짐
- REITs(부동산투자신탁): 배당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금리 민감 자산
- 고배당주 및 필수 소비재: 방어적 성격으로 경기 둔화 국면에서 상대적 안정성
여기서 REITs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투자 펀드로, 금리가 낮아질수록 배당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성장주의 경우 DCF(현금흐름할인법) 방식으로 가치를 평가할 때 할인율이 곧 금리 수준과 연결됩니다. 즉 금리가 낮아지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론상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집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다만 이미 다 들어온 사람들의 시장이 아직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여전히 나오는 상황이라는 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수요가 남아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질문이 사라지고 "당연히 사야죠"가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케빈 워시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건, 단순히 금리가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를 추적하면, 트럼드민이나 절사 평균 같은 지표를 왜 지금 꺼내드는지가 보입니다. 말보다 행적을 먼저 보는 습관, 이게 저한테는 이번 분석에서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앞으로 2분기 동안 유가 방향과 트림드 민 추이를 함께 체크하면서, 통화정책 변화의 신호를 미리 읽어두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