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클렙토크라시, 한국투자)
주식 앱을 열었는데 아무런 기업 실적 발표도 없는 날 아침에 포트폴리오가 갑자기 출렁인 경험,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알고 보니 트럼프가 새벽에 SNS에 글 하나를 올린 게 전부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뭔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단순한 미국의 외교 노선 변화가 아니라, 달러 패권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두 달 안에 두 명의 지도자를 겨냥한 나라, 이게 정말 '깡패국가'가 아닌가
일반적으로 깡패국가(Rogue State)란 미국이 잠재적 위협 국가에 붙이는 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처음 사용된 이 용어는 테러를 지원하거나 인권을 짓밟는 국가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현재 시리아, 이란, 북한, 쿠바 등 네 나라가 공식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이 단어가 정반대 방향으로 튀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는 '확고한 결의'라는 작전명 아래 베네수엘라를 전격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을 침실에서 끌어내 미국으로 압송했습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월 28일, 이번엔 이란을 공습했습니다.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 최고 지도자를 정조준해 사살하고 수많은 민간인 피해를 낳았습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이 군사적으로 타격을 가한 나라는 현재까지 예멘, 이라크, 소말리아, 시리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이란을 포함해 총 일곱 곳에 달합니다.
제가 직접 여러 외신을 비교해 가며 살펴봤는데, 미국 내 보수 성향의 국제정치 학자들조차 "깡패식 외교의 시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게 의미심장했습니다. 역사적 우방인 영국조차 이란 전쟁 참여 요청을 거부했고, 핵심 나토(NATO)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미국보다 시진핑의 중국이 더 예측 가능하다고 말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나토란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의 약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서방 집단 안보 체계를 의미합니다. 70년 넘게 쌓아온 이 동맹 신뢰가 단 몇 년 만에 이렇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트럼프가 전쟁 도중 기자회견에서 '승자의 전리품'이라는 표현을 꺼낸 것도 저는 그냥 흘려듣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석유를 언급했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그 너머의 진짜 목표, 즉 지정학적 패권(Geopolitical Hegemony) 재편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패권이란 특정 국가가 군사·경제·외교 수단을 통해 특정 지역 또는 세계 질서 전반을 주도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미국이 이 패권을 되찾으려 한다면서 오히려 그것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역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출처: Johns Hopkins SAIS).

클렙토크라시와 내부자 거래 의혹, 한국 투자자는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하나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라는 단어를 처음 들으면 생소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도둑 정치', 즉 권력자가 국가 권력을 사적 치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정치 체제를 뜻합니다. 일반적인 부패와 다른 점은 이것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화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개념을 알고 나서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사건들을 다시 보니 흐름이 전혀 다르게 읽혔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사례가 원유 선물 시장(Oil Futures Market)에서 포착된 수상한 거래입니다. 원유 선물이란 미래 특정 시점에 원유를 약속된 가격에 사거나 팔기로 계약하는 파생 금융 상품입니다. 트럼프가 이란 공격 유예를 발표하기 직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공개 정보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의 아홉 배에 달하는 거래량이 체결됐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두고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 의혹을 직접 제기했습니다. 내부자 거래란 일반 투자자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이나 파생상품 거래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입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재무부 감사관에게 공식 서한을 보낸 상태입니다(출처: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트럼프의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가 이란의 공격 위협에 노출된 걸프 국가들을 상대로 마케팅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주도한 전쟁으로 가족 기업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 게다가 의회 승인도 없이 시작된 전쟁이 대통령 일가의 직접적 이익으로 연결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하다고 봅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제가 나름대로 정리해 본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달러 자산(미국 국채, 달러 예금)보다 금, 원유, 희토류 같은 실물 자산의 방어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신뢰도가 흔들릴수록 종이 자산의 가치 안정성이 낮아지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입니다.
- 방산주와 드론 관련주는 구조적 수혜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 트럼프 가족의 투자 동선이 선행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정치적 맥락에서 함께 읽어야 합니다.
-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주는 관세 폭탄과 수출 규제라는 정치적 변동성에 극도로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기업 펀더멘털(Fundamental)이 아무리 좋아도, 트럼프의 SNS 한 줄에 하루 만에 수익이 날아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펀더멘털이란 기업의 매출, 이익, 부채 등 실질적인 재무 건전성을 의미합니다.
- 중동·동남아에서 독자적인 공급망(Supply Chain)을 구축한 기업은 미국발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공급망이란 원자재 조달에서 최종 제품 납품까지 이어지는 생산·유통 네트워크 전체를 뜻합니다.
이란 핵협상 도중 선제공격을 감행하고, 오폭으로 희생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죽음을 이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을 보며, 일반적으로 미국을 피스메이커(Peace Maker), 즉 국제 평화 중재자로 알고 있었던 제 인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지금의 미국은 스스로 워메이커(War Maker)라는 수식어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지금 트럼프가 단기적인 전리품을 챙기는 데 성공할지 모르지만, 70년에 걸쳐 공들인 달러 기축통화 체제와 동맹 신뢰라는 두 개의 기둥을 스스로 흔드는 행위는 결국 자해에 가깝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충격파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가장 먼저, 가장 가깝게 닿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당장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의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