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역봉쇄, 에너지 위기, 중국 변수)
뉴스를 켜놓고 밥을 먹다가 순간 숟가락을 내려놓은 적 있으신지요. 저는 이번에 그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선언했다는 소식이었는데,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군함이 투입됐다는 부분에서 느낌이 달랐습니다.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면 우리 일상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협상 결렬과 역봉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이 결렬됐습니다. 제가 관련 보도를 계속 따라가면서 느낀 건, 이건 단순한 협상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양측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확인하고 돌아선 것에 가까웠습니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HEU란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농축 비율을 높인 우라늄을 말합니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HEU를 국외로 반출하라는 명시적 약속을 요구했고, 이란은 이를 주권 침해라며 거부했습니다.
협상 결렬 선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진입하거나 떠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조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역봉쇄(counter-blockade)입니다. 역봉쇄란 상대방이 먼저 특정 수역을 봉쇄하거나 통제하려 할 때, 반대쪽 당사자가 동일한 수역에 대해 자국의 통제권을 강제로 관철하는 군사·외교적 조치를 말합니다. 이란이 해협 통행료를 요구하며 사실상의 수역 통제권을 주장하자, 미국이 이를 정면으로 뒤집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실제로 미 해군 유도 미사일 구축함 두 척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기뢰 제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과 무선 교신 충돌이 벌어졌고, 양측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를 연출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면 단순한 협박 수준을 넘어섰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 군함이 움직였고, 실제 경고가 오갔으니까요.
특히 주목할 점은 최신형 기뢰 대항 수상함(MCM, Mine Countermeasures Vessel)이 배치됐다는 부분입니다. MCM이란 해상에 부설된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전문 함정으로, 통상 적국이 해협을 봉쇄할 목적으로 기뢰를 부설했을 때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투입됩니다. 이란이 기뢰를 이미 부설했다는 전제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충돌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란은 통행료 징수 등 사실상의 해협 통제를 요구, 미국은 국제법에 따른 자유항행권을 주장
-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미국은 국외 반출 요구, 이란은 주권 침해라며 거부
- 이란 제재 해제 범위: 양측 모두 이견을 좁히지 못함
에너지 위기와 중국 변수,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협상이 진행 중인 그 시간에 미 구축함이 이미 해협 안으로 들어가 기뢰 제거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외신들은 이 행동이 협상 결렬의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는데, 저도 그 판단에 동의합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놓고 군함을 보내는 건 어떻게 봐도 이란 입장에서는 모욕적인 신호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즉각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미국이나 동맹국 군함이 해협을 통과할 경우 공격 목표로 삼겠다는 위협이었고,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이 싸움을 걸면 이란도 싸운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란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에너지 시장 충격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수송로입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LNG란 천연가스를 냉각·액화시켜 운반하기 쉽게 만든 에너지원으로, 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LNG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봉쇄가 본격화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980년대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전쟁'이라고 불렸던 당시에도 이 해협의 긴장만으로 에너지 시장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여기에 중국 변수가 더해집니다. 제 경험상 미중 갈등이 끼어들면 상황이 훨씬 복잡해집니다. 미 정보기관이 중국이 이란에 맨패즈(MANPADS)를 제공하려 한다는 정황을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맨패즈란 개인이 어깨에 견착해 발사하는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저고도 비행 항공기나 드론을 요격할 수 있어 비정규전이나 국지 분쟁에서 활용됩니다. 미국은 이란의 전쟁 물자를 지원하는 국가에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이는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출처: KBS 뉴스).
한국과 일본, 나토 동맹국들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많은 양의 석유를 수입하는 이들 국가가 충분히 협력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주한미군 숫자를 부풀려 언급한 것도 사실상 한국에 대한 압박 신호로 읽힙니다. 우리가 이 사태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결국 파키스탄 중재 채널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건 그나마 희망적인 지점입니다. 양측 모두 장기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과 내부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고, 이란 대통령도 미국이 국제법의 틀을 준수한다면 합의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조건을 수정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협상이란 결렬됐을 때가 진짜 시작인 경우도 많으니까요.
당장 다음 주, 2주간의 휴전이 끝난 뒤 이 해협이 어떤 모습일지가 진짜 변수입니다. 저는 유가 흐름과 파키스탄 중재 채널의 동향을 계속 주시할 생각입니다. 에너지 요금 고지서를 받는 입장에서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뉴스가 아닙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금융 조언이 아닙니다.